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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되는 2010 지방직 9급 국어 15-16번 | 자유게시판
    김*연 |조회 3887 |2013.06.16 주소복사 [링크하기]

    국 어 A 책형 3 쪽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 15～문 16]
    비자반(榧子盤) 일등품 위에 또 한층 뛰어 특급품이란
    것이 있다. 반재(盤材)며, 치수며, 연륜이며 어느 점이
    일급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나, 반면(盤面)에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가 보이면 이게 특급품이다. 알기 쉽게 값으로
    따지자면, 전전(戰前) 시세로 일급이 2천 원 전후인데, 특급은
    2천 4, 5백 원, 상처가 있어서 값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비싸진다는 데 ㉠진진한 묘미가 있다. 반면이 갈라진다는
    것은 기약치 않은 불측(不測)의 사고이다. 사고란 어느 때
    어느 경우에도 별로 환영할 것이 못 된다. 그 ㉡균열의
    성질 여하에 따라서는 일급품 바둑판이 목침(木枕)감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큰 균열이 아니고
    회생할 여지가 있을 정도라면 헝겊으로 싸고 뚜껑을 덮어서
    조심스럽게 간수해 둔다. 1년, 이태, 때로는 3년까지 그냥
    내버려 둔다. 계절이 바뀌고 추위, 더위가 여러 차례 순환
    한다. 그 동안에 상처 났던 바둑판은 제 힘으로 제 상처를
    고쳐서 본디대로 ㉢유착해 버리고, 균열진 자리에 머리카락
    같은 희미한 흔적만이 남는다. 비자의 생명은 유연성이란
    특질에 있다. 한 번 균열이 생겼다가 제 힘으로 도로 유착․
    결합했다는 것은 그 유연성이란 특질을 실제로 증명해 보인,
    이를테면 졸업 증서이다. 하마터면 목침감이 될 뻔했던 것이,
    그 치명적인 시련을 이겨내면 되레 한 급(級)이 올라 특급품이
    되어 버린다. 재미가 깨를 볶는 이야기다. 더 부연할 필요도
    없거니와, 나는 이것을 인생의 과실(過失)과 결부시켜서
    생각해 본다. 언제나 어디서나 과실을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매양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것이,
    그것이 인간이다. 과실에 대해서 관대해야 할 까닭이 없다.
    과실은 ㉣예찬하거나 장려할 것이 못 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가 ‘나는 절대로 과실을 범치 않는다’고 양언(揚言)할
    것이냐? 공인된 어느 인격, 어떤 학식, 지위에서도 그것을
    보장할 근거는 찾아내지 못한다.
    －김소운, ‘특급품’ 중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서다

     

     

     

     

     

     

     

       카이는 다문화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 말에 이미 차별과 편견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다르다고 규정해놓고 '저 아이들은 다문화야'라고 쉽게 단정 짓는 것이 싫다. 그가 생각하는 다문화는 '나와 우리'가 포함된 개념이어야 한다. 그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혹시라도 '다문화'라는 단어가 우리 아이들을 호기심이나 구경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도록, 그들과 우리를 구분 짓는 벽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처음에 카이는 아이들이 받은 상처와 그들이 처한 현실을 알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물론 아이들이 받은 고통은 혹독했으며, 시간이 흐른다고 치유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문화'이기 전에 아이들이었다. 밝고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음악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 자신과 다른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악기가 다르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서로 배려하고 맞춰가는 아이들. 그들을 바라보면서 카이는 스스로가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함에 있어 어른들보다 성숙했으며,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훨씬 열려 있었다.

       그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성대 결절이 온 것이다. 전국의 유명한 의사들을 다 찾아다녔지만 다들 고개를 흔들면서 노래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의사 선생님이 해 준 이야기가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의사는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유명한 축구선수들이나 마라톤선수들의 발을 본 적이 있냐고도 했다. 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누구나 그 흔적을 상처로 가지게 된다는 의미였다. 현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은 턱에 흉터가 있고,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다. 발레리나는 발톱이 다 망가지고 뒤틀린다.

       그날부터 카이는 자신의 성대 안에 생긴 상처를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또 자랑스러워할 훈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뒤로 기적처럼 성대가 회복되었고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카이는 믿는다. 우리 아이들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상처와 흉터를 각자 다른 모양으로 가지고 있다. 그 흉터는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고, 계속해서 그들을 괴롭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상처는 각자의 위대함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발판이 될 것이며, 언젠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게 할 멋진 훈장이 될 것이다.

       "저는 이 오케스트라가 굉장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악기도 제대로 다루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문화의 아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고 오케스트라를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기적이죠."

     

     

    이보영

     

    안녕?! 오케스트라 中

      황*성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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