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저렇게 써놓고 나니 작년 9월 해커스에서 하는 설명회에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앞에서 '나는 이렇게 단기합격했다' 라고 말하는 합격생 남자분을 보며

'꼭 단기합격해서 내년에는 내가 앞에서 말해야지'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ㅋㅋ

그런데 그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쁩니다.

저는 현재 서른살인 평범한 여자입니다.

사회생활 4년 10개월의 경력을 가졌고

공무원을 준비해야겠다 생각하기 시작한건 작년 6월, 퇴사는 작년 9월 추석 이후에 했습니다.

총 수험기간은 14년 11월 ~ 15년 6월 총 8개월입니다.

9월 초에 해커스에 와서 상담을 받아봤었는데 그 당시 학원은 이미 개강해있었고 저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습니다.

1. 9월 말~10월 말까지 쉬면서 가산점 자격증을 따 놓는다.

2. 9월 말이라도 들어가서 수업을 듣고, 이미 지난 수업은 인강으로 듣는다.

저는 하루에 인강을 3시간 이상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1번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약 5년간의 직장생활에 찌들어있었기 때문에 좀 쉬고싶기도 했구요.

그래서 1달정도 쉬면서 여행도 가고 컴활 준비도 해서 10월 말 컴활 1급을 취득했습니다.

2014년 11~12월 기본이론 종합반, 2015년 1~2월 문제풀이 종합반을 실강으로 들었습니다.

학원이 강남에 있었는데 집은 경기도 남부권이라 학원근처에 단기원룸을 잡고 생활했습니다.

강남인데다 단기라 방값 겁내 비쌌지만 대신 빨리 합격해서 다시 돈벌자는 생각에 강행했죠.

돈이 아까워서라도 매일 학원에 아침 8시까지 가서 영어단어시험과 전날 배운 공통과목 복습시험을 봤고,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통과목 수업,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스터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선택과목 수업,

오후 7시부터 밤 10시반까지 학원에 남아서 자습... 이 생활을 네 달동안 매일 했습니다.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설날, 발렌타인데이...

강남역은 평소에도 사람이 많지만 저날은 정말 발디딜틈 없이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데

그 분위기를 타서 학원 자습실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꿋꿋히 버티며 공부했습니다.

2015년 1월 1일 점심으로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는데 아주머니가 설날이라며 떡 몇개 넣어주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ㅋㅋ

2015년 3월... 학원과 원룸을 정리하고 집으로 내려와서 인강 + 집 앞 도서관을 이용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풀 종합반에서 한국사만 기출문제를 했고 나머지는 해커스 테마별 출제예상문제를 풀었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부랴부랴 기출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오전에는 집에서 기출문제 인강을 듣고(저는 인강 max가 3시간이라서 3시간...) 오후에는 도서관에 가서 인강 복습과 자습

이러다 시간이 금방 흘러 4월 19일이 되었고, 기본서 2회독, 기출문제 1회독한 타이밍에 국가직 시험을 봐버렸습니다.

가산점 포함한 국가직 점수는 365점... 일행을 목표로 했던 저에게는 터무니 없는 점수였습니다.

국가직 시험이 끝난 후 다시 서울시, 지방직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는 기본서 회독 + 기출문제 회독 + 동형 문제 풀이와 오답노트 이 세가지를 무한정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서는 꾸준히 봤고, 기출문제와 동형문제는 틀린것만 보는 형식으로 범위를 점차 줄여나가 시간을 벌었고,

오답노트는 정말 시험직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한과목만은 지겨워서 못보는 성격이라 오전에 1과목, 오후에 1과목, 저녁에 1과목 이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마다 집 앞 도서관에서 모의고사 스터디를 했는데 모의고사를 풀고 서로 점수공개하고 리뷰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모의고사를 정말 자주 봤습니다.

모의고사 스터디를 제외하고도 한 달에 한번씩 하는 해커스 모의고사를 매달 봤습니다.

해커스 모의고사를 보면 당일 온라인으로 성적표가 나오는데 저는 거기서 점수보다 총점의 백분위 위주로 봤습니다.

항상 '상위 10% 안에 들자' 라는 생각으로 모의고사를 봤었는데, 1번을 제외하고는 백분위가 항상 올라갔었고

시험 직전에 봤던 모의고사는 상위 8.5%를 찍었습니다.

'상위 10% 안에 든다고 해서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상위 10%안에 들면 대부분은 합격하더라' 라는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의고사를 계속 보면서 점수가 안나오는 경우가 생기면 그것을 충격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울시, 지방직 시험까지 모두 마쳤고 결국은 올해 지방직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올해 지방직 영어가 최근 5년간 역대급으로 쉬웠다는데, 그 점이 제게 행운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방직이 며칠 안남았을때 스스로 생각이 들기를 '영어가 쉬우면 붙고, 영어가 어렵게 나오면 떨어지겠구나' 였거든요.

다른 과목들이야 단기간에 외우면 해결이 되지만 영어라는 과목은 단기간에 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2010년 2월에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공부에 대해 손을 놓고있다가 다시 공부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예전같으면 1시간만에 다 외울 양을 2시간, 3시간이 걸리고 또 뒤돌아서면 금방 까먹고...

나이먹으니 체력도 예전같지 않아서 항상 7시간 이상은 잠을 자야하고

금요일만 되면 밤에 놀아야 할 것 같고, 주말만 되면 푹 쉬어야 될 것 같고

돈벌면서 커진 소비 패턴이 있는데 이걸 줄이기가 쉽지는 않고 막상 돈은 벌질 않으니 잔고는 자꾸 줄고

친구들은 놀자 보채는데 큰맘먹고 시간내서 만나면 막상 자기들 회사얘기 결혼얘기하고...

다른 친구들은 다들 회사에서 대리달고 결혼하고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내년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막막함도 들고...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고3때 처럼 1년만 꾹 참고 해보자 였습니다.

막상 지금 생각해보면 고3때보다 더 열심히했던것 같아요 ㅋㅋ

수능은 대학교 네임밸류 선택의 문제지만, 공무원은 합격/불합격만 있는 수능보다 더 냉정한 시험이니까요.

그리고 붙었을 때의 기뻐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질투어린 친구들의 시선, 학원 설명회에서 단기합격자로 선 나...

이런걸 상상하며 나이든 두뇌와 예전같지 않은 체력을 가지고 독하게 버텼습니다.

저처럼 직장을 다니며 공무원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저야 공무원을 준비하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고 벼랑끝에 몰린 심정이라 용기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다른분들은 쉽게 용기낼 수 없겠죠. 이 시험이 준비한다고 해서 다 되는것도 아니고, 돈벌다 안벌면 타격이 크니까요.

하지만 저 같은 케이스도 있으니 이 후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직장인에게는 분명 학생들보다는 더 훌륭한 의지와 인내심과 간절함이 있으니까요 ㅎㅎ

저는 이제 서른살이라는 나이에 공직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합니다.

다른 분들도 곧 공직자로 만나뵙길 바라며 이 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