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의 공부가 끝을 보였다.

공무원 준비를 한다며 어떤 직렬에 응시할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프리패스를 결제했던 때가 기억난다.

국영사가 기본, 다른 과목은 선택과목이라길래 일단 국영사부터 시작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다.

18년 9월, 내 자신을 이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실강을 등록했다.

내가 잘하는 과목만 하게 되던 습관을 그렇게라도 극복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다시 1년을 노력했지만 합격의 문턱은 보이지 않았다.

19년 9월, 인강 프리패스를 다시 결제했다.

독서실 알바를 하며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코로나가 유행하며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도 힘겨워질 무렵 합격 소식을 들었다.

생각만큼 기쁘진 않았다.

과목별 공부법

국어

신민숙 선생님의 기본 강의부터 시작했다.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수능 국어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핸드아웃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말장난 같던 암기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며 문법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했던 때보다 비문학 문제에서 틀리는 경우가 많아져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비문학 문제집을 하루에 몇 문제씩 꾸준히 풀었다.

한자 문제를 자꾸 틀리자 약이 올랐다.

한두번이 세네번이 되고 일상이 되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커스 홈페이지에서 기본 한자 200자를 뽑아 매일 100자씩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기본서 어휘책에 적혀 있는 한자어 역시 매일 100자씩 꾸준히 적어나갔다.

이 과정이 세네번 반복되어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자 신민숙 선생님의 기초한자 강의를 들으며 핸드아웃 한자를 또 다시 100자씩 적었다.

기초한자가 익숙해지자 그 다음 강의를 들으며 다시 적고 이것마저 익숙해지자 다른 선생님의 한자 강의를 들으며 이전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자 공책 몇 권을 채우자 한자 문제가 대충 찍고 넘어가는 문제가 아닌 알고 푸는 문제가 되었다.

매일 회독증강을 풀며 암기했던 내용을 잊어먹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출문제를 풀고 시험이 가까워오자 동형 모의고사 문제를 답안을 따로 작성해가며 반복해서 풀었다.

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1급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내심 무시했었다.

하지만 교양 수준의 한국사 실력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음을 얼마 안 가 깨달았다.

이중석 선생님의 강의를 우선 듣고, 판서한 내용을 필기하느라 다시 한 번 들었다.

필기한 내용이 어느 정도 쌓이자 a4 용지에 옮겨 적어 하루에 두 장 분량씩 안 보고 읊을 수 있는 정도까지 암기했다.

기출문제와 동형모의고사까지 다 풀고 나서는 김승범 선생님의 하프 모의고사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내용도 있었고 이 정도까지 알아야 하나 하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얼마나 얼토당토않게까지 문제가 나왔는지 직접 겪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정리가 안 되었던 내용, 암기가 부족했던 내용도 많이 발견해 보완할 수 있었다.

역시 매일 회독증강을 풀며 암기했던 내용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동형모의고사 역시 반복하여 풀었다.

영어

학원설명회에서부터 가장 과락률이 높은 과목, 학습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과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곧 그 학습생들 사이에 나도 포함되었다.

기본서 어휘책을 펼쳐 뜻을 가려가며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단어를 외운 다음에는 해커스 홈페이지에 있는 단어시험 기능을 이용하여 제대로 외웠는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단어 25일과 숙어 20일을 다 외운 후에는 단어들을 abc순으로 다시 나열하여 외우기 시작했다.

기본서 단어를 그렇게 외운 후 기출보카로 이 과정을 다시 반복했다.

회독증강을 우선 풀고 해설을 보면서 단어와 문법을 점검하고 제대로 해석했는지 확인했다.

기출문제집을 풀다가 동형 모의고사 교재가 나오면 동형 문제를 풀었다.

회계학

일찍 직렬을 선택해 첫 공부 1년 동안 인강으로나마 회계학 공부를 했다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회계학을 처음 배우는 거라면 어려울 수 있다던 이승우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떠오른다.

대차를 적는 것도 하지 못해 학원 구석에서 이걸 왜 차변에 적는지 혹은 왜 대변에 적는지를 고민하던 때도 기억난다.

커리큘럼이 꼬여 기본강의만 수강한 상태에서 기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기본강의에서 배웠던 것은 여전히 몰랐던 상태였고 심화강의에서 배웠어야 할 부분을 기출 강의에서 배우니 이해도 잘 되지 않았다.

1월부터 동형 강의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다.

그저 이해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더 살을 붙여가며 이해를 넓혀갔던 과정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학원에서 끙끙대고 있을 때마다 이승우 선생님께서 한 마디씩 해주셨던 게 힘이 되었다.

20년부터 회계학 선생님이 현진환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20 문제를 두세 시간에 걸쳐 풀이하시는 것을 보고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문제를 통해 내용을 쌓아나갔던 내 공부과정은 기초가 부족했던 상태였고 긴 시간에 걸쳐 기초를 채워주시는 현진환 선생님의 강의방법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커리큘럼상 가장 먼저 했어야 했던 것이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졌고 마침내 회계학에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법

아직까지도 자신할 수 없는 과목이 바로 세법이다.

보고 있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돌아서면 방금 본 내용도 까먹기 일쑤였다.

부가세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법인세를 배우니 부가세는 쉬운 편이었음을 알았다.

다행히도 소득세는 법인세에 비하면 수월하게 넘어간 것 같았다.

책을 보아도 글자만 눈을 지나갈 뿐 내용이 인식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단권화 강의를 보고 기출 강의를 진행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사처럼 외울 내용이 요약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세법은 그렇지도 못했다.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버린다는 다른 수강생의 말이 다른 세계의 말처럼 들렸다.

기출문제집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틀린 문제에는 표시를 하고 세 번째 풀 때에는 틀린 문제만 골라 풀었다.

네 번째부터는 다시 모든 문제를 다시 풀었다. 그렇게 일곱 번을 풀었던 것 같다.

풀면서도 처음 보는 것만 같았고 외운다고 외워도 자꾸만 잊어버렸다.

그렇게 한 문제에 오답 표시가 쌓여가는 것을 보며 우울함을 느꼈던 적도 자주 있었다.

나름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보자면 세무직에는 지방세법의 늪이 존재하는 것 같다.

국가직과 지방직의 선택과목이 다른 것은 세법과 지방세법밖에 없을 것이다.

세법이 완성을 향해 다가가야 할 때 지방직 시험을 치르기 위해 지방세법을 따로 공부해야하다니.

물론 기본법과 징수법이 유사하니 세법과 지방세법을 동시에 공부해도 되었겠지만 난 그게 어려웠다.

그렇게 한 달여를 지방세법에 매달리자 가까워졌던 세법이 다시 멀어졌다.

사실 그렇기에 아직도 걱정이 많다.

하지만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약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회계학의 시작은 이보다 더 처참했으나 억지로라도 붙잡아 지금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