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이렇게 빨리 합격할 줄 몰랐습니다. 얼마 공부 하지는 않았지만 시험이 닥쳐오니 불안해져서 우울증도 걸리고 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합격해서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무엇보다 지금 기쁩니다. 

1. 기본 베이스/공무원 준비 계기

4년제 지거국에서 일어일문학과 무역학을 전공했습니다. 4학년이 되어서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아무 걱정없이 태평하게 게임이나 하면서 살다가 결국 4학년 2학기를 맞이했습니다. 가진 스펙도 없고 인맥도 없는 문과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계획으로 살다가 여름방학 때 쯤에 어머니가 지나가듯이 권유했던 공무원 시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2년 8월, 졸업을 위해 토익 점수를 취득하자마자 해커스 프리패스를 끊고 눈 딱 감고 1년만 내 인생에 처음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이 수험을 시작했습니다.

2. 하루 루틴

저는 22년 8월에 공부를 시작해서 23년 4월까지 필기 공부를 했습니다. 22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대학교가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면서 통학을 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이후에는 집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중간에 한 과목 F를 맞아서 졸업을 못하게 되었을 때는 큰 멘붕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그 다음 학기인 23년 봄학기를 전부 싸이버 강의로 등록하면서 공시에 한시름을 덜었습니다. 일주일 중 하루는 꼭 아무 공부도 안하고 쉬었습니다. 이건 마라톤이에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쉬어가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해요.

22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공시 입문기였기 때문에 자취방에서 컴퓨터로 인강을 많이 봤습니다. 거의 하루에 두강(한 강의당 세시간 정도)을 보고 중간에 점심을 먹고 하다보면 저녁시간이었습니다. 그럼 저녁먹고 그날 배운 것을 복습했습니다.(저는 인강 배속을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강 보는 데 시간이 엄청 오래걸렸습니다.) 23년 1월부터 필기시험을 보는 4월까지는 입문 딱지를 떼고 강의 비중을 줄여 복습과 하프모의고사, 그리고 기출문제 비중을 늘렸습니다. 23년 1월에 집으로 돌아와서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도서관에 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에 쉬는시간도 잡고 밥먹으면서 태블릿으로 게임도 좀 하고 그랬습니다.(하루종일 공부만 한 건 아니에요)

3. 과목별 공부법

국어 - 신민숙

처음에는 문법이 매우 생소했습니다. 수능 국어가 1등급이었지만서도 문법은 원래 약했거든요. 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문법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부터 배운다는 느낌으로 문법강의는 전부 들었습니다. 신민숙 선생님 강의는 그야말로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중간에 재미있는 얘기도 해주셔서 학생들 지치지 않게 해주시는 게 좋았습니다.

시험 한두달쯤 전부터는 국어 학습량을 엄청 줄였습니다. 문법, 어법에서 계속 까먹는 거 정도만 외우고, 독해비중을 줄였습니다. 독해는 한두달 한다고 안늘거든요. 그리고 문학도 기본강의 정도만 수강하고 나머지는 하프 모의고사만 풀었습니다.

한국사 - 이중석

이중석 선생님은 호불호가 극명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강사가 저런 말까지 하지? 왜 자기 인생 얘기를 저렇게 끼워넣지?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쓸데없어 보이는' 말도 이중석 선생님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긴 강의시간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좋은 한국사 선생님입니다. 두문자를 많이 따지 않으시는 게 특징이라서 좋았습니다. 전 내용없는 암기가 정말 싫거든요. 본인이 한국사를 재미없는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중석 선생님을 꼭 추천합니다. 한국사가 재미있어질 수 있을 거에요.

영어 - 김철용

제가 제일 열심히 쫓았던 선생님입니다. 강의를 전부 수강한 건 아니지만 카페에서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이거 어떻게 해야해요? 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을 주셨고, 가장 큰 도움이 된 선생님이십니다. 컴팩트하고 심플한 강의. 프로페셔널한 강의. 무뚝뚝해보이실 수 있습니다. 이중석 선생님이랑은 정 반대로 진짜 수업에는 수업내용만 말씀하시거든요. 하지만 이게 철용쌤 스타일입니다. 공무원 시험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데, 철용쌤의 영어는 학습시간을 굉장히 단축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이하게 문법마다 그 문법의 중요도를 별5개 방식으로 표기하시는데, 이거 진짜 정확합니다. 철용쌤이 별4~5개 매겼으면 의심하지 말고 툭치면 나올 정도로 외우세요. 진짜 그렇게 하면 됩니다. 

관세법개론 - 이명호

하... 관세법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명호쌤이 관세법 1타 강사라고 해서 해커스 끊은 건데, 그냥 과목자체가 어려워서 선생님이 누구였든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점수가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관세법에 대해서는 열심히 했다는 것 이외에는 말하기 힘드네요 ㅎㅎ....

회계원리 - 정윤돈

그냥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러분이 만약 공무원 시험이라는 장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비록 짧은 기간에 운좋게 붙었지만, 떨어졌을 경우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옵니다. 인생 1년은 누구에게는 짧고 누구에게는 긴 시간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반복하면서 인생 시계가 멈춘다면, 그렇게 좋은 결과가 있진 않을겁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치열하게 하십시오.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다시는 공무원 시험에 발도 붙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공부하세요. 그러면 붙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