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이렇게 합격 수기를 쓰는 날도 오네요

저는 원래 공무원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분위기에 밀려 공무원이란 직업이 도전해 볼만 하구나, 많이 하는구나 하면서 휩쓸려 시작한 것 같아요.

당연히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각잡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분들 사이에선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안일한 정신으로 아까운 시간을 흘러 보냈어요.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제 장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면서 공무원만큼 안정적이고 또 제 일상에서의 워라밸을 지켜줄 수 있는 직업은 없다고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공무원 공부는 노량진 학원이지’ 하는 단순한 마음에 노량진으로 한국사 실강을 들으러 갔었는데 당시 강의실 속 빽빽한 책상과 수강생분들 그리고 조용하지만 치열한 분위기가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공부에 집중이 되기보단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만 들었죠. 그래서 이틀만에 강의를 취소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습니다.

제 성향에는 혼자서 필기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시간을 조율해서 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가 적합했던 것 같아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실강에서는 주변 분들을 보면서 공부에 대한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힐 수 있었을 텐데 혼자 공부하다보니 요령 없이 수능을 공부하듯 해서 효율성은 떨어지고 얻는 것은 없이 아까운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이론 강의보다는 기출풀이가 훨씬 중요한데도 미련하게 이론 강의와 필기에 집착하다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험때 기출을 다 풀어보고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세번째 시험을 1점 차이로 필기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공부 방법을 제대로 교정해주고 규칙적인 학습 시간을 관리해 줄 관리형 독서실이다 생각하고 관리형 독서실에 22년 10월부터 23년 1월까지 다녔습니다 (시험 전까지 다니고 싶었지만 해당 독서실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 이후에는 관리형 독서실에서 배운 공부법을 토대로 집 앞 5분 거리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했고 2023 국가직 9급 일반 행정(경찰청)에 최종합격했습니다.

- 프리패스는 꼭 필요한가?

프리패스 구입을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생각보다 공무원 강의는 비싸요. 온라인 강의만 해도 한 이론 강의가 50만원씩 하기도 하고 이미 하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론강의, 기출강의, 심화강의, 시험 직전 특강 등 한 과목에서 들어야 할 강의도 너무 많죠. 그때마다 강의를 개별적으로 구매하다 보면 아무래도 부담이 되고, 강의 하나를 결제할 때마다 망설이게 되고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죠. 또한 강의가 어떤지 듣다가 별로면 포기해야 하는데 이미 샀다면 아까워서 이도 저도 못하고 속상하기도 하고요.

제가 프리패스를 구매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 점은 제가 수강하는 과목 선생님의 특강이 업로드 되었을 때 고민 없이 강좌에 담고 듣고 싶은 부분만 마음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야 하는 책도 많은데 강의만이라도 마음 편히 듣는 게 좋잖아요.

- 공부시간 관리?

그 이전에 한 공부는 오래 앉아만 있고 내실은 없는 공부라 스킵하구요 저한테 정말 도움이 되었던 공부 방법은 관리형 독서실에서 배워온 공부법입니다

먼저 하루/일주일 공부시간을 나누어 계획했어요.

100분을 1타임으로 잡고 하루 최대 6타임, 일주일에 최소 30타임을 채우면 됩니다. 그리고 하루 공부를 마무리 할 때마다 1주일 치의 계획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하루 공부 분량을 수정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했습니다.

생각보다 1시간은 강의를 듣거나 문제를 풀다보면 금방 가는 시간이라 기준 100분이 적당했습니다. 이렇게 공부 시간을 나눠서 하는 게 계획 면에서도, 그리고 공부 흐름면에서도 효과적이어서 관리형 독서실을 나온 이후에도 이 기본 틀을 가지고 공부를 계획했어요.

- 과목별 선생님, 강좌, 공부방법?

+ 국어 (신민숙 선생님)

: 저는 국어는 기본기가 잡혀 있던 편이어서 강의를 듣거나 문제를 푸는데 크게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국어는 마무리강의에서 헷갈리는 문법부분만 골라서 들었고, 기출문제나 그 외의 강의는 듣지 않았어요.

+ 영어 (비비안 선생님)

: 문법은 기본기가 잡혀있었지만 늘 단어 어휘력이 부족해서 고민했어요. 2023년 시험 전까지는 항상 한국사, 행정학, 행정법 기출도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가는 편이라 별도로 단어를 공부하지는 못해 영어 점수의 변동이 큰 편이었는데, 이번에 다닌 관리형 독서실에서 멘토님이 다시 한번 개념을 정리하고 유형별 기출문제 풀이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보라고 하셔서 그대로 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동안 왜 안들었나 후회될 정도로요. 확실히 단어를 반복해서 각인시켜주시고, 문제풀이도 유형별로 패턴을 집어주시니 문제 푸는 속도가 정말 빨라지더라구요. 이전 3년간은 시험 때 영어 문제 풀이에 드는 시간이 많아 항상 시간이 빠듯하게 끝났는데 올해 시험은 여유롭게 끝내고 검토할 시간도 있었습니다.

+ 한국사 (이중석 선생님)

: 9급 공무원 시험 과목 중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과목은 한국사였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도 역사는 쥐약이었고, 암기에 취약해서 한국사는 제대로 하기 전부터 ‘그냥 싫음’ 그 자체였어요. 드는 시간은 많은데 그만큼 점수는 안 나와서 더 싫어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론 강의를 듣는 데 필기로 쓰는 시간이 많아서 한 강좌를 오래 듣는 편이어서 근 80강에 이르는 한국사 올인원 강의를 다시 들을 엄두가 안 났는데, 멘토님께서 취약한 과목인 만큼 이론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가는 게 필요하다고, 그리고 아직은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10월부터 듣기 시자해서 12월 초, 약 두 달 만에 다 들었습니다. 당시 하루에 최소 3과목씩은 병행하면서 공부하던 때라서 2달 만에 이론을 들은 건 제게는 엄청난 일이었던.. 당시 멘토님과 상담하면서 약속한 건 ‘필기에 많은 정성과 시간 쏟지 않기, 쓰기보단 눈으로 익히기’ 였는데, 직접 그렇게 해보니 그게 맞았어요. 생각보다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부분을 찾을 때 제 필기를 필요로 하는 부분은 많이 없고, 블랭크 노트를 회독할 때도 깨알같이 빼곡한 필기보다는 노트의 본문 중 중요 표시 된 부분만을 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오랜 기간 동안 장수를 하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었던 거죠 이론 강의로 세월 다 보내기..하하)

이론 강의를 들은 다음에는 바로 기출로 들어갔는데, 행정법과는 달리 한국사는 기출강의를 먼저 듣고, 그 후에 혼자서 기출회독을 했습니다. 기출 강의는 문제를 같이 풀어주시면서 중요한 사례 체크, 혼자서 풀어도 되는 문제, 한번 보고 말 문제들을 분류해주시기 때문에 혼자 먼저 전체를 풀고 기출강의를 듣는 것 보다 시간적인 면에서나 효율적인 면에서도 이게 나았어요.

기출강의(1회독)-혼자서(1회독+1회독)으로 시험 보기 전에 3회독을 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면서 자주 틀리는 부분은 노트에 작게 v 표시를 했어요. 여러번 틀리면 중복으로 겹쳐서도요. 이러면 나중에 시험 직전에 필기노트를 회독하면서 정리할 때 내가 자주 틀리는 부분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됐어요

+ 행정법

: 여러 번 시험을 치면서 결론을 내린 결과 행정법은 정말 기출문제가 중요한 과목이더라고요. 기출문제 회독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오르는 게 행정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 이론 강의를 새로 듣지는 않았고요 먼저 오답노트 특강을 들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고난이도 사례들을 공부한 다음에 끝없이 기출문제 회독을 돌렸습니다.

처음엔 혼자 1회독을 하고나서, 기출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1회독을 했구요, 그 뒤에 다시 2회독을 했습니다. 원래 기출 문제를 풀 때는 문제지에 체크를 하는 편이었는데, 지도해주신 멘토님께서 문제지는 절대 건들이지 않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라고 하셔서 기화펜으로 풀고 문제 회독 체크란에 틀렸는지 맞았는지만 체크하고, 많이 헷갈려서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한 지문은 문제가 아닌 해설란에 표시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다시 풀었을 때 또 틀린 부분을 보면 어느 부분에서 착각했는지 파악하기 쉽더라구요.

기출회독은 정말 중요하고요 그 다음으로 반드시 들어야 할건 시험 직전 특강들입니다.

보통 3-4개 강좌정도 되는데요, 최신판례, 고난이도, 행정기본법 특강 등은 정말 중요해요.

이번 시험에서도 특강에서 나온 사례가 나와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 행정학

: 행정학 역시 올해는 올인원 이론 강의를 듣지 않았습니다. 이론강의보다는 기출에 집중한 과목이었어요.

저는 행정학 공부를 할 때 초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진도가 늘어지는 편이라, 이번 시험 준비에서는 그러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분량으로 계획을 짰어요. 처음에 많이 할 수 있단 욕심에 의욕적으로 과하게 계획을 잡으면 하루 분량을 다 못채우고 점점 밀리다가 종국에는 놔버리게 되더라구요. 멘토님께서 기출 회독할 때는 아예 필기 없는 새 책으로 하는게 좋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강의 들을 때는 필기를 하기만 하고 제대로 복습한 기분이 없어서 불안해서 강의를 듣고 나서 혼자서 1회독은 기존 문제집으로 한번 하고, 그 뒤에는 새 문제집을 사서 표시 없는 새 책으로 회독을 돌렸습니다. 확실히 틀린 부분이나 중요 포인트가 표시된 문제집은 문제 의도 파악이나 내용 확인에는 좋은데 아무래도 문제를 머리로 풀기 전에 눈으로 답부터 찾아가게 돼서 오히려 새 책으로 풀 때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걸리지도 않구요. 행정학은 이론이 방대하기 때문에 이론책을 계속 보는 것보단 이론이 적용된 기출 문제로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 나만의 합격 노하우?

저는 위의 공부방법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기출문제 외에 별도로 모의고사 등을 풀지 않았습니다. 가장 좋은 문제는 이미 시험에 나온 기출문제이고, 기출문제를 충분히 회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출문제를 회독하면서 아무 표시 없는 문제를 볼 때도 아 이건 이게 포인트고 답이 보이는 구나 수준으로 실력이 늘기 전까지는 기출 회독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동형 모의고사 같은 문제들은 가끔씩 난해하거나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그 답을 위해 책을 뒤지고 물어보고 하는 시간이 많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찾은 내용이 의미있으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이 답보단 이 답이 더 가까워서 그런다는 등의 이유를 찾고 허탈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처음에 기출문제를 풀 때는 혼자서 풀기보다는 기출 강의를 듣고 나머지 회독을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가 아는 이론이어도 문제 속에서 접근법이 다른 경우도 있고, 혼자서는 놓치는 부분도 의외로 많아서 기출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강의 속에서 선생님이 문제를 설명해주시는 과정에서 문제의 중요도와 관련 사례까지 말씀해주시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꼭 들어보세요. 저는 이전 시험까지는 이론 강의를 들었으니 기출은 혼자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에 혼자 기출을 풀다가 오히려 늘어지고 아까운 시간을 많이 낭비했었습니다.

합격 후기를 쓰면서 그간 공부해온 과정을 복기하면서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론 강의 들을 시에는 필기에 집착하지 말기, 이론보다는 기출에 집중하고, 기출 회독은 아무런 표시가 되지 않은 새 문제집으로 반복해서 풀기! 정도 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