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진행하기에 앞서 합격 후기를 작성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2년 6개월 정도의 짧지 않은 수험생활이기에 합격에 대한 감회가 정말로 남다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이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적당하다고, 또 누군가는 빨리 합격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의 저는 전자였을 것입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의 관문이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 정말 예측하지 못했죠.

선사시대부터 문재인정부까지의 역사를 줄줄이 꿰듯 암기하는 게 쉬운가? 토익 때도 보지 못했던 영어 단어들을 한 번에 보고 암기하는 게 그리 쉬운 것일까? 생애 듣도보도 못한 고유어와 한자를 외우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설령 그 많은 걸 외웠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된 것인가?

뒤가 보장되지 않은 시험이기 때문에 저역시 다른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힘들기도 했고 자포자기까지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배수의 진을 칠 곳이 없어 절박하게 수험생활을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최단기간 4개월 합격, 이런 건 저와는 관련 없기 때문에 1~2년 공부하실 분들을 위해 나름대로의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당신과의 공부법이 맞으시다면 참고하셔서 좋은 결과내시길 바랍니다.

1. 국어

시험 경향이 문법 -> 비문학, 문학 쪽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1년차 때는 문법 공부에 치중했지만 탈락 고배를 마시고 난 후 문법:비문학:문학=4:4:2 비중으로 공부했습니다.

-문법: 1회독 때는 선생님들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전혀 모를 겁니다. 공부는 하되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강의 들으세요. 제가 다시 초시생으로 돌아간다면 강의와 별개로 국어 기본서에 있는 예시들을 외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글 맞춤법 두음법칙 파트에 보면 예외라는 항목 밑에 여러 예시들이 나와 있습니다. 어떤 법칙으로 왜 예외인지 그 원리는 그냥 무시하고 두음법칙 예외 예시들로 묶어 암기하세요. 문법은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암기만큼 더 간단하고 명료한 해결법이 없습니다.

-비문학: 어릴 때 독서 많이하셨나요? 많이 하셨다면 비문학은 따로 공부 안 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독서를 많이 하지 않으신 분들에겐 비문학 문제집이 필요합니다. 공무원을 위한 비문학 문제집도 좋지만 저는 예비 고 3들을 위한 매삼*나 꿈*을 이용했습니다.

-문학: 현대문학은 저도 공부 안 해서 모르겠습니다만, 고전문학은 하루에 하나라도 꼭 입으로 강독하고 해석하시는 버릇을 키우시는 게 좋습니다. 강독하고 해석하는 데 시간 30분도 투자 안 합니다만 이게 나중에 되면 진짜 큰 거름이 됩니다.

2. 영어

시험 끝나기 전까지 애먹이던 과목이 바로 영어입니다. 예전 수능 때 1등급 맞은 게 운이었을까, 토익 895 맞은 게 운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공무원 시험에서의 영어는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2018년 국가직과 서울시 시험에서 탈락하고 난 이후 고민한 끝에 9월부터 영어 하프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것이 저의 합격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조건 하프 들으세요. 실강 못 들으시겠으면 반드시 아침 7시에 일어나셔서 7시 20분부터 전날 아침 하프 수업 틀어놓으시고 풀어보세요. 하프가 답입니다. 하프 문제가 좋아서도 아니고 거기 문제가 적중해서도 아닙니다. 영어는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5시 50분에 일어나 학원에 7시 10분에 도착해 하프로 시작하면 그 하루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무슨 공부를 하든 잘 되는 날이니까요.

3. 한국사

고등학교 이과->대학교 공대->반도체 엔지니어 코스를 거친 저에게 한국사는 쥐약이었습니다. 흔히 매국노(?) 수준의 국사 지식이었고 가족에게마저도 무시를 당하던 바닥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시간도 절약해주고 어떤 모의고사든지 막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면 90점 이상은 항상 맞았던 과목이 바로 국사였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저처럼 국사 지식 1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6개월만 지나면 국사 울렁증은 사라진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6개월에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중석 선생님 수업을 들어보신 분이라면 필기지옥을 기억하실 겁니다. 손목이 나가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리는 그 느낌을...저는 그것과 동시에 스터디원들과 한국사 깜지작성 스터디를 해서 더더욱 지옥 같은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사는 자신만의 암기법을 기르세요. 그게 힘들다면 입으로 강독하면서 스토리를 만드세요. 그것도 힘들다면 앞에 학생이 있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듯이 해보세요. 저의 경우는 집에 화이트 보드판이 있어서 강아지 앞에다 두고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ㅎㅎ

참고로 2018년 한국사가 최악의 난이도를 찍었을 때 김승범 선생님 커리를 쫓아 갔습니다. 이중석 선생님 수업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부분을 보완해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쉽고 흡수력 좋은 이중석 선생님과 반대로 어렵지만 미세먼지도 놓치지 않을 섬세함을 가진 김승범 선생님 두 분 덕분에 국가직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4. 행정학

행정학 하면 송상호 선생님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깔끔하게 축소해서 알려주십니다. 물론 처음 1회독 때는 쥐뿔도 모릅니다. 그래서 행정학 1회독 한 후 다른 선택과목으로 바꾸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3회독까지만 참으세요. 저의 경우는 1회독 때는 진짜 죽을동 말동으로 인강 멈춤 해놓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1회독 때는 그냥 송상호 선생님이 필기하라는 거 필기하시고 한 번 눈으로 읽어보시고 뭔지 모르겠는데 이런 것도 있구나 넘어가세요.

시간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2회독을 심화로 넘어가지 마시고 기본수업 한 번 더 들으세요. 그럼 그 전에 정말 모르겠던 것도 어? 이런 거였나? 이런 부분이 분명 생기십니다. 하지만 2회독 때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 있을 겁니다. 그럼 멈추지 말고 읽고 체크만 해놓고 넘어가세요.

3회독 때가 중요합니다. 심화 파트 들어가면 문제도 같이 풀게 될 겁니다. 이때는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면 안 되고 꼭 질문하시고, 그럼에도 이해 안 되면 그냥 외우셔야 합니다. 송상호 선생님이 주시는 문제는 전부 기출문제이기 때문에 이해 안 되시면 그냥 입에 넣어 씹어버리듯이 문제랑 선지 외우세요. 3회독 때 외우시면 기출 수업하실 때 너무 편하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시면 행정학 10분컷은 꿈이 아닙니다. 보면 그냥 답이 나오는 그럼 신기루를 경험하실 겁니다.

5. 과학

이제 선택과목으로 고교과목이 없어질 것 같아 과학 후기는 남기기 애매합니다만, 간단하게 알려드리자면 문제 많이 풀어 보는 게 장땡입니다. 이과선택자나 공대 다니신 분들은 문제 많이 푸는 이유를 잘 아실 겁니다. 똑같은 유형을 말만 바꿔서 내기 때문이죠. 과학은 기본 수업만 들으시고 문제만 반복하셔도 충분하실 겁니다. 저는 김종택 선생님 2018년도 국가직, 서울시, 지방직 동형 모고 pdf파일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6. 기타 조언

-스터디는 꼭 해라: 친목 스터디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친목이 되긴 하지만 저의 경우는 2년 유지된 스터디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공부 위주였습니다. 영어단어시험/한자시험/고유어시험 이런 건 꼭 하셔야 합니다.

-아침 하프수업은 꼭 들어라

-학원에서 자습할 수 있다면 꼭 학원에서 자습해라: 집에서 공부 잘 된다는 거 압니다. 저도 초시 공부 때는 집에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탈락 고배를 마시고 난 후 학원자습이 정말 잘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학원 문 닫을 때까지 계시는 것 같았지만 저는 아침 7시 출근해서 저녁 5,6시에 퇴근했습니다. 단기 합격이 목표가 아니라면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거 비추합니다. 젊으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20대 중후반 넘어가면 허리디스크 정말 잘 옵니다.

-점수가 오르지 않아요? 공통과목 말고 다른 과목이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면 과목을 바꿔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는 2년 6개월 중 6~8개월을 화공직 공무원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전공과목에서 70점이 나와서 화공직 7급 9급 모두 탈락했죠. 이후 부모님과 상의 끝에 일반행정으로 바꿨습니다. 가정이지만, 화공직으로 계속 도전했다면 지금도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군무원이나 다른 직렬들도 많습니다. 영어를 안 보는 직렬도 있고요. 자신의 단점이 되는 과목을 최대한 피하는 게 합격의 지름길일 것입니다.

7. 마지막으로

모든 시험이 그렇듯, 실력과 더불어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 국가직 필기합격 후 면접에서 탈락 고배를 마시고 난 후 관운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살면서 운이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하필이면 경쟁률이 높은 대학에 지원해서 다 떨어지고 결국 가고 싶지 않았던 학교로 들어갔고, 자소서에서 붙은 회사들도 면접에서 다 떨어지고 하필이면 가장 가고 싶지 않았던 반도체 기업에 들어갔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저도 관운이라는 게 드디어 왔습니다. 국가직도 붙고, 서울시 시험도 어찌어찌 필기합격은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놓지 마세요. 인생에 3번의 커다란 운은 꼭 온다는 속설이 있듯이 당신들에게도 관운이 척,하고 달라붙을 날이 올 것입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건강하게 수험생활에서 졸업하시길 정말 기도하겠습니다.

신민숙 선생님 김송희 선생님 김철용 선생님 김형구 선생님 이중석 선생님 김승범 선생님 송상호 선생님 김종택 선생님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